외딴 섬 앞 바다에 떠있는 오래된 배에서 노인과 소녀가 10년 전부터 살아가고 있다. 노인은 낚시꾼을 태워주는 것으로 생활하고 있고, 소녀는 할아버지를 돕는다. 음탕한 낚시꾼들로부터 소녀를 보호하는 노인의 무기는 활이며, 보통 때에는 악기로 사용된다. 어느날 대학생이 낚시하러 와서 소녀를 보고 매혹되고, 노인이 소녀와 결혼할 것임을 알게 된 그는 소녀를 뭍으로 데려가려 한다. 김기덕의 영화는 종종 세상으로부터 절연된 공간에 머물며 그럴 때 그의 영화는 추상화의 세계로 나아간다. [활]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과 함께 김기덕의 가장 추상적인 영화에 속한다. 이 영화의 유일한 무대인 배는 종교적인 상징과 폭력의 흔적, 그리고 억제된 욕망과 예술에의 동경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그러나 이 신화적인 공간에서 보여지는 인물들의 행태는 놀라울만큼 구체적이고 세속적이다. 그러나, 노인이 소녀와 결혼을 결심한 순간부터 이 영화는 죽음과 구원에 관한 추상의 세계로 진입한다. 아름답고 비범한 영상과, 뛰어난 상상력을 보여주는 영화. (부산국제영화제 - 허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