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옛날에, 이 땅에는 거대한 공허함이 있었어요. 무엇가를 기다리고 있었죠. 채워지길 기다리며, 사랑을 줄 수 있는 누군가를... 지도자를 기다리고 있었죠. 그는 고래등을 타고 왔어요. 새로운 사람들을 이끌기 위해서 온 우리의 선조, 파이키아. 하지만 지금 우리는 다음 세대의 첫번째 태생을 기다리고 있어요. 고래를 타는 자의 후대를 위해서. 족장이 될 소년을 기다리고 있죠. 제가 태어날때는 모든 것이 불행했어요. 쌍둥이 남자아이는 죽고, 어머니까지 돌아가시게 만들었죠. 모든 사람들이 그들을 이끌어줄 남자아이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아이는 죽고 말았죠. 그리고 저만 살았어요}
왕가라 부족 사람들은 뉴질랜드에서 살고 있는 자신들의 선조가 수천년 전 고래를 탔던 파이키아라는 단 한 사람 이라고 믿고 있다. 그 뒤로 이 부족에서는 첫 남자아이가 항상 부족 족장을 계승 하는 것이 당연시 되어왔다. 만약 여자가 족장들의 만신전으로 들어가려고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영적으로 심오한 깊이가 그려진다.
작은 해변마을에 사는 아름다운 소녀, '파이'. "제 이름은 '파이키아' 입니다. '파이'라고도 하죠. 제가 사는 곳은 뉴질랜드의 작은 해변 마을인데, 수 천년 전 고래의 등을 타고 이 땅에 최초로 오신 분이 저희 선조입니다. 그분의 이름도 '파이키아' 였으며 전 그의 마지막 자손입니다. 허나 저는 할아버지가 기대한 지도자는 될 수 없습니다. 전 사내아이가 아니니까요..."
지도자의 운명을 지녔지만, 지도자가 되어서는 안될 그녀 그리고, 할아버지의 사랑을 원하는 어린 소녀. 파이의 엄마는 출산 도중 쌍둥이 오빠와 숨을 거두고, 그 충격으로 아빠 '프로랑기'는 고향을 떠나버려 파이는 할아버지 '코로', 할머니 '플라워즈'의 손에서 키워진다. 죽어버린 손자와 다른 삶을 사는 아들에게서 지도자가 되어 주길 바랐던 코로의 희망은 무너지고, 손녀 파이가 자라면서 뛰어난 영특함을 보이지만 지도자는 장남이어야 하는 관습때문에 그녀의 능력을 모질게 외면해 버린다. 결국, 코로는 마을의 장남들을 모아다가 훈련을 시킨 후 지도자를 뽑으려 한다. 파이는 훈련에 동참하여 할아버지에게 인정 받고 싶어하지만 코로는 그런 행동 자체가 불경하다고 질책할 뿐이다. 그러나, 파이는 자신에게 온전한 애정을 주지 않는 할아버지를 변함없이 사랑하며 눈물겹게 자신의 진심을 표현하는데...
지도자가 될 자격을 시험하는 관문에서 마을의 장남들은 통과하지 못하고, 이에 코로는 낙담하여 몸져 눕게 된다. 이때, 해변가에서는 한 무리의 고래떼가 밀려와 죽어가는 기이한 사태가 벌어진다. 마을 사람들은 수호신처럼 여기는 고래들을 바다로 돌려보내려 하지만 고래들은 꿈쩍도 하지 않고...
{저는 파이키아 아피라나입니다. 오랜 전통의 족장혈통으로 태어났죠. 고래를 탄 자부터 내려져온 전통에서.. 저는 선지자는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우리 민족이 앞으로 나아갸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모두 함께, 우리의 모든 힘을 모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