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만 레스토랑에서 요리사로 일하고 있는 재문과 동네 헤어샵을 운영하는 미용사 지숙은 신혼부부. 재문에게는 둘도 없는 친구 예준이 있다. 예준은 능력 있는 미혼의 외환 딜러로, 두 사람은 군복무 시절 인연을 맺은 ‘세상에서 누구보다도 가장 절친한 친구’이다. 임신한 아내보다도 친구를 더 신경 쓰는 재문이나 그런 재문에게 경제적인 도움까지 아끼지 않는 예준의 우정은 때로 지나칠 정도로 각별하다. 재문의 아내인 지숙은 그런 그들의 관계가 때론 이해되지 않지만, 마치 후원자처럼 자기 부부를 위해주는 예준이 고맙다. 그러던 어느 날, 건강한 남자아이 ‘민혁’을 출산한 지숙. 소중한 아이를 얻은 재문은 이 행복감을 예준과 나누고 싶지만,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외환딜러 예준은 촌각을 다투는 긴장상황 속에서 받게 되는 재문의 전화가 예전만큼 반갑지 않다. 해외에서 열리는 ‘국제미용워크샵’에 가기 위해 지숙이 집을 비운 사이, 오랜만에 예준이 재문의 집을 찾는다. 기분 좋게 두 사람이 취해갈 무렵 예준의 핸드폰이 울린다. 차를 빼달라는 전화. 재문은 예준의 차 키를 받아 들고 집을 나서고 그 사이 예준은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 실수를 저지른다. 집에 돌아와 망연자실해 있는 예준을 발견한 재문. 그 역시 예준의 실수에 견딜 수 없는 충격에 휩싸이지만 친구의 실수를 자신이 덮어쓰기로 마음먹는다. 며칠 후, 아무것도 모른 채 집으로 돌아온 지숙은 자신의 가정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았음을 알게 되는데...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친구의 실수를 덮어버림으로써 자기 자신과 가족에 대한 책임을 외면한 채 감옥으로 가는 재문, 역시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면죄부를 얻고 침묵을 택한 예준, 그들의 ‘우정’으로 인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가정을 잃게 된 지숙. 2년 후, 세 사람의 뒤틀린 관계는 예상할 수 없는 국면을 맞아 다시 시작되는데...